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지구(하이파크시티)의 대지권 미등기 문제가 국민권익위원회 조정을 계기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2011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지만 환지처분 등 사업 마무리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장기간 이어진 재산권 제약을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중복 지적 정리 방안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조정은 고양시, 한국농어촌공사, 덕이 구역 도시개발사업 조합과 주민대표 등이 얽혀 있던 중복 지적 문제에 관해 비용 분담과 후속 이행 조치를 명문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조정서상 합의는 대지권 등기 완료 자체가 아니며, 조정사항의 이행과 도시개발사업의 후속 행정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돼야 주민들의 권리 회복으로 이어진다.
■ 16년간 지속된 재산권 제약… 핵심 장애물은 중복 지적
덕이지구는 환지 방식으로 추진된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으로, 약 5,159세대 규모의 주거단지가 조성됐다. 하지만 준공·환지처분이 마무리되지 않아 아파트 소유자들은 토지에 대한 대지권 등기를 완료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주택 매매, 담보대출, 상속·증여 등에서 불편과 제약을 겪어왔다.
중복 지적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 덕이동 산92-32번지와 382-16, 382-41, 370-9번지 등의 지적이 겹치는 문제다. 조정서에 따르면 1982년 토지 분할 당시 임야도 정리가 누락된 경위 등이 제시됐으며, 관계기관 사이에 정리 방식과 재산권 보전 방안을 둘러싼 이견이 있었다.
■ 권익위 조정, 70대30 분담과 구체적 이행 기한 명시
지난 3월, 덕이지구 주민대표단체인 덕이동 주민총연합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2026년 10월 23일 자로 작성된 조정서에는 고양시와 조합이 한국농어촌공사에 지급할 중복 지적 합의보상금을 각각 70%, 30%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금은 2013년 감정평가 방식에 준용해 2026년9월30일 기준으로 산정한 감정평가액 2개의 산술 평균액을 기준으로 한다.
조정서상 조합 부담금은 2026년11월30일까지, 고양시 부담금은 2027년6월30일까지 지급하도록 정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조정서 체결 후 2026년11월30일까지 산92-32번지의 등록 사항 정정(말소)을 신청하고, 조합 부담금에 해당하는 체비지 가압류의 집행해제 및 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하도록 했다. 산92-32번지를 제외한 토지의 과부족 환지 및 금전 청산 관련 사항은 한국농어촌공사와 조합이 별도 협의해 처리한다.
또한 고양시와 조합은 중복 지적 등이 정리되는 즉시 그 결과를 개발사업에 반영하고 대지권 등기 정상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관계 당사자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행에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협의하도록 조정서에 명시했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1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대지권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과 불이익을 겪어온 상황을 지적하며, 더 이상 문제 해결이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관계기관 간 합의가 이루어지고 조정서에 서명함으로써, 장기간 지속된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최종적인 대지권 등기로 나아갈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민대표인 오정한 덕이동 주민총연합회 회장은“중복 지적 문제 발생에 공동책임이 있는 고양시와 덕이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이 각자의 책임을 분담하여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와 조정에 힘써 준 국민권익위원회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이번 조정으로 16년간 대지권 등기를 가로막아 온 핵심적인 행정적 걸림돌이 제거되는 만큼, 이제는 조합이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별 추진 일정과 진행 상황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계기관과 협의해 지체 없이 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정당한 재산권이 하루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조합과 관계기관이 최종적인 대지권 등기 완료까지 책임과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대지권 등기를 위한 또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른 ‘신동아건설 60억 원’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중복 지적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됐지만, 최종적인 대지권 등기까지는 또 하나의 쟁점이 남아 있다. 바로 덕이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과 신동아건설 간 약 60억 원 규모의 사업비 지급계약 문제다.
조합 측은 2024년 2월 신동아건설과 체결했던 약 60억 원 규모의 추가 사업비 지급계약이 해지되면서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실시계획 및 환지계획 변경 과정에서 부족한 사업비에 대한 재원 조달계획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준공과 환지처분 등 후속 행정절차가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중앙회 김선홍 회장은 “조합과 신동아건설 간 60억 원 지급계약은 기본적으로 민사상 채권·채무 관계인 반면, 환지처분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와 토지소유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공법상 절차”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신동아건설이 60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거나 관련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정만으로 환지처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주민들이 장기간 대지권 미등기로 고통받아 온 만큼, 조합은 더 이상 대지권 등기 문제를 신동아건설과의 채권·채무 분쟁에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민대표인 오정한 덕이동 주민총연합회 회장 역시“도시개발법 시행령 제66조 제2항에 따라 환지처분 공고 시 사업비 정산 내역을 포함해야 하는 의무는 존재하지만, 사업비 정산내역의 작성·공고 의무와 모든 채권·채무 분쟁을 사전에 종결해야 한다는 의무는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사업비 정산내역을 공고해야 한다는 규정만으로 신동아건설과 관련된 60억 원을 반드시 회수하거나 해당 분쟁에 대한 소송을 모두 종결해야만 환지처분이 가능하다는 법적 요건을 도출할 수는 없다”며, “미확정 채권이나 분쟁 중인 채권·채무는 그 현황을 별도로 표시하거나 정산내역에 주석 또는 설명을 첨부하는 방식으로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 회장은“만약 조합이 신동아건설과의 60억 원 문제가 대지권 등기를 진행할 수 없는 실질적인 장애 요인이라고 주장한다면, 먼저 조합의 전체 사업비와 재정 현황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60억 원 분쟁이 실시계획 및 환지계획 변경, 체비지 귀속, 사업비 정산 또는 등기 관련 서류의 어떤 항목에 어떠한 법적·행정적 장애를 초래하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그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막연한 사업비 부족이나 민사상 분쟁을 이유로 5천여 세대 주민들의 대지권 등기가 또다시 지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으로 중복 지적 문제 해결을 위한 관계기관 간 합의가 이루어진 만큼, 향후에는 조합이 실시계획·환지계획 변경, 준공검사, 환지처분 및 대지권 등기에 이르는 후속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게 됐다.

